간식

치즈 입문자를 위한 치즈 추천/비추천!

젤리컵 2020. 5. 30. 10:31

난 사실 치즈 전문가는 전혀 아니고 그냥 치즈 좋아하는 사람인데, 내가 처음에 했던 실수 공유하고 싶어서 이런 글도 써 본다...

 

처음 프랑스에 갔을 때 너무 신나서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치즈를 잔뜩 샀었다. 당시에는 치즈에 대해 1도 몰라 정말 예뻐 보이는 거나 특이해 보이는 거 샀음...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바게트 하나 사서 펼쳐놓고 먹었다.

 

근데 먹으면서 음... 이건 맛이 진짜 특이하네 뭔 맛으로 먹는 거지 라고 싶은 치즈가 되게 많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그 정도로 느낀 것도 정말 다행이었다. 다른 한국 친구 매기니 아예 삼키지를 못하더라...

 

그 이후로 유럽 애들한테 치즈 추천도 받고 학생식당에서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뭐가 순한 맛인지 알게 됐다.

 

일단 추천하는 거.

 

1. 에멘탈(Emmental)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mmental_(fromage)_01.jpg

톰과 제리 나올 것 같이 생긴 구멍 뚫린 치즌데, 한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치즈 맛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치즈 진짜 못 먹던 애들도 저거는 먹었다. 생긴 것만 보면 엄청 말랑할 것도 같지만, 경질치즈라 딱딱하다. 

 

김정은도 저기에 중독돼서 살이 찐 거라는 루머도 한참 돌아다녔었다.

 

2. 고다(Gouda)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eelkedekker/5447913516

네덜란드 친구가 본가 갔다가 사 오면 다 같이 순삭 하던 치즈ㅠㅠ 진짜 맛있다. 이 치즈도 완전 꼬소하면서도 꼬랑내 별로 심하지 않아 다들 잘 먹더라. 글고 얘는 반경질이라 건조한 거 싫은 사람은 이거 먹으면 나름 촉촉함.

 

한국에 돌아와서 그 맛을 못 잊어 코스트코에서 한 번 사 먹었었는데, 뭔가 말라비틀어진 느낌이 별로였다. 코스트코 치즈는 구입하는 제품마다 상태가 천차만별인듯.

 

3. 콩테/그뤼에르(Compté/Gruyère)

출처 Wikipediq

얘네는 좀 생소할 수 있는데, 프랑스나 스위스에서는 진짜 엄청 먹는 치즈고, 희한하게 프랑스에 아예 정착해 살고 있는 한국인들한테 치즈 추천해달라 하면 꼭 둘 중에 하나 추천해줬다.

 

경질치즈라 좀 딱딱한 식감인데, 개인적으로는 앞의 애들보다 씹을수록 깊은 맛이 올라오고 더 담백 고소한 느낌이다. 어쩔 때는 약간 쌉싸름한 맛도 나고. 와인이랑 같이 먹으면 참 고급진 느낌...

 

4. 베이비벨(Baby Bel)

출처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Share Alike 4.0

이거는 치즈 종류 중 하나가 아니라 프랑스 스낵치즈 제품이다.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많이 팔아서 다들 알듯.

 

공장에서 막 찍어내는 애들인데, 맛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음. 한국 공장치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 어느 빵이랑 먹어도 다 잘 어울린다. 숙성시켜서 만든 애가 아니어서 꼬랑내도 안 난다.

 

 

그럼 이제 비추천.

 

비추천은 별로인 치즈라는 게 아니라, 아직 자기가 어느 정도의 치즈를 먹을 수 있는지 전혀 모르는 입문자가 처음으로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치즈다. 비추천이니까 굳이 사진은 안 넣겠다.

 

1. 까망베르(Camenbert)/브리(Brie)

 

까망베르를 비추천한다고??라고 놀랄 사람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나름 제품이 많이 나오는 치즈인 데다가, 까망베르 넣어서 만든 음식도 종종 찾아볼 수 있으니. 그런데 짜먹는 까망베르, 발라 먹는 까망베르 이런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은 한국 입맛에 맞춘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까망베르는(브리도 마찬가지고) 겉에 흰 곰팡이가 장난 아니다. 그걸 그냥 모르고 입에 넣으면 곰팡이 맛이 심해서 놀랄 수 있다. 아 그 흰 표면이 곰팡이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던데, 곰팡이다. 메주 표면에 흰 곰팡이 피는 거랑 같다. 프랑스인들도 보면 그 곰팡이 맛 싫어하는 사람은 겉은 걷어내고 안쪽만 먹는다. 

 

'까망베르는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거잖아. 다른 치즈는 잘 모르니 까망베르 먹어야지~' 했다가 저 곰팡 맛 때문에 버리는 경우 많이 봤다. 그래서 비추.

 

2. 블루치즈

 

블루치즈에 속하는 치즈가 수없이 많겠지만, 일단 내가 먹어본 애들은 전부 냄새 장난 아니었다.

 

강력한 꼬랑내를 맡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3. 염소치즈

 

염소치즈는 말 그대로 우유 대신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로, 종류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만약 '예전에 유럽에 갔다가 무슨 치즈 요리를 먹었는데, 뭔가 역한 맛이 나서 못 먹겠더라, 근데 그 치즈가 뭔지 잘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염소치즈가 들어 갔을 확률이 매우 높다.

 

무난한 치즈 찾는 사람한테는 절대 비추지만, 만약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한 번 친구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